가치관...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치관이라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내가 서른네 살이 된 4월 25일이다.
지금까지 나 스스로 색이 강하고 방향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두눈 작가에게 가치관을 적어서 보내기로 하고 언 두 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나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것을 보고 많이 의아함을 느낀다.
나는 어떤 기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기에 나조차도 나의 무엇이 기준이 되는지 명쾌히 들여다 볼 수가 없는 걸까? 바빠서? 복잡해서? 귀찮아서? 욕심이 많아서?? 그런데 오늘 우연한 기회에 '당신이 추구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늘 자신 있게 표현하는 나 임에도 이 질문 앞에서 역시 멈춤을 느꼈다.
소통을 중시 하는 나, 언제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나 임에도 나에 대한 고민에 접근하기 이리도 뭣한지 모르겠다. 뭐, 어떤 이유에서건 이제는 한 번쯤 나는 어떤 기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 스스로와 정면대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나의 키워드를 묻는 오전의 질문에 더듬더듬 생각해낸 것은 ‘편안함, 쉼터, 창의, 소통, 자율, 표현, 소탈’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맞는 것 같다며 동조해 주었고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두근거리며 나를 맞춰보는 이런 아이러니...;;
나의 가치관... 우선 떠오르는 것은 ‘존중’이다.
삶에 대한 존중, 본인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존중.. 다른 어떤 가치가 상위에 있어도 존중하는 마음이 빠져 있다면 그것을 가치 없게 판단할 것이라 생각되어 첫 번째로 존중을 꼽는다.
다음은 ‘존중’과 엇비슷한 ‘사회적 겸손함’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직책이 높고, 나이가 많아도 사회적 관계에서 겸손하지 못하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못 본다. 어린 아이에게도 정중한 나이지만 겸손하지 못한 사람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혼내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일어난다.
내 일을 기준으로 가치를 보자면 '균형'이다.
나와 타인, 나와 사회, 삶과 사회생활(일)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회에서 일과 삶을 분리시키고 자신을 도구적으로 전락시킴으로써 느껴야만 하는 공허감을 줄이고
행복하게 살도록 용기를 얻게 되는 경험기회를 만들어내고 확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깨달은 최고의 가치는 나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바로 서는 것’이다.
인도 만트라 중에 ‘소함(so ham)’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궁극의 그것이다, 내가 신이다’로 이해 할 수 있는 말로써 내가 고난을 느낄 때 나에게 용기를 주는 최고의 실천 가치이다. 이 말은 기독교에서는 ‘주님이 내안에 함께 하신다’라는 말로 불교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며 편리함을 누리지만 대조적으로 존재감을 많이 잃는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나 아닌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자기 성에 차게 하기 위해서 나를 도구로 전락시키고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며 살아가다 문뜩 ‘내가 나로써 그만이다.’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여기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감사를 느끼고 억척을 내려놓고 끄달리는 마음이 사라진다.
아마도 내가 나로써 그만이라는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누구라도 ‘겸손’과 ‘존중’하는 마음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에 사회복지일을 하시면서 관련 교육도 하시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수업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다 합니다. 신발놈아 라고 욕하는 사람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존중할 만한 사람을 존중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 사람까지 존중할 수 있다면 성인군자가 따로 없겠지요.ㅎ
그리고 마지막에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질문해 봅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어떻게 겸손과 존중하는 마음을 내게 할 수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