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두눈 Dunun

어찌됐건 삶의 가치관.

by 나민규 posted Jul 20, 2010 Views 4596
에. 인류의 삶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답니다.
수렵시대에도, 목축시대에도, 농경시대에도, 산업시대에도, 사람들은 심심합니다. 시간이 남거든요.
밤은 길고, 해는 짧았던 수렵의 그 옛날옛적에 사람들은 동굴속에 불을 키고 소를 그렸고
불이 꺼지면 밖으로나와 별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었구요.
별을 보며 나눈 이야기는 소 꼴먹이고 재우는 밤에도 계속되었고,
밭을 일구며 모기쫒던 밤엔 점도 쳤죠.
공장매연이 하늘을 뒤덮자 별을 보며 밤을 새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음. 나름 시대순으로 정리한거긴 한데요.

아무튼! 인류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잉여시간이 많았던거죠. 
남는 시간이 길고 길어지면 늘 근사한것들이 만들어지곤 하죠.스위스의 길고 긴 겨울 해가뜨지 않는 밤엔 세공술이 발달했구요. 뜨겁고 노곤한 해가 지지않는 곳에선 종교가 발전했지요. 보관용기가 마땅치 않은 곳에서 발효음식이 시작했구요. 술도 시작했지요. 깊고 높은 고산지대에선 차문화가 발달했구요. 참, 해상교통과 무역활동을 통해 면식문화도 발달했지요.
그리고 그 모든것을 따라 다니며 발전한것은 바로 예술?!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믿고, 꾸미고, 꿈꾸던것들을 표현하는것이 예술이라면 아마 그게 예술 맞을거 같은데.

전 예술같은거 모르고 살아왔어요. 딱히 오래살진 않았지만,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요. 근데 커오면서 부모님이 시켜놓은걸 보니 뭔가 다 예술이더군요; 피아노 서예 바이올린 애니메이션 그림 디자인, 그리고 지금은 사진으로 목에 풀칠하며 근근히 살고 있구요.

제가 처음 사진 시작하던 2001년, 저의 사진하는 사람들 주변엔 괴짜가 참 많았는데요.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들,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고 사는 사람들. 전 처음엔 그 사람들이 예술가들인줄 알았답니다.
알고보니 다 괴짜였지만 말이죠. 그사람들 지금 다 장사하고 살아요. 아. 장사가 예술이 아니란건 아니에요. 장사는 예술이죠.

필드에 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한 2005년즈음엔 신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여기저기 사진찍으러 다니는 사람들과 몰려다녔죠. 그때엔 아 이사람들이 진짜 예술가구나 싶었는데요. 알고보니 그냥 허새부리는 변태들이었어요. 사진클럽에서 사진은 안찍고 연애만 하더라구요. 게다가 사진 못찍는다고 사람 완전 개무시하고. 그래서 그사람들 코를 좀 눌러주려고, 시작한 '직업'으로의 사진이 6년째입니다. 네. 사진을 찍고 있지요. 근데 뭐 작가 그런건 아닌거 같구요. 그냥 찍새.

직업으로서의 사진은 괴롭고 힘들고 시간이 없답니다. 직장에선 찍을일을 계속 가져오구요. 전 한달에 60건 이상의 촬영을 한답니다. 졸라 바쁘겠죠? 1년이면 720건이에요. 6년이면 4320건입니다. 전 사진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찍새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한가하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멋진것은 못하다가 죽겠거니 싶은 생각을 합니다. 작가는 못될꺼에요.

개인적인 작업은 아.. 내가 이렇게 찍다간 정말 지루해서 죽어버리겠구나! 싶을때 시작하고, 아... 이거 쌓아두고 배설하지 않으면 머리속이 터질거 같다! 싶을땐 전시를 합하는데요. 갤러리는 돈 많이 들더만요. 전 유명하지 않구요. 포폴 들고가면 왜 자꾸 대관하라 그러는지... 그래서 갤러리는 못가요. 전 다른 사진하는 사람들처럼 잘살지 못합니다. 맨몸으로 시작해서 이제 겨우 맘에드는 디카 하나 샀습니다.
필름작업은 잘 모릅니다. 큐레이터들은 디지털사진 참 무시하는데요. 왜그런진 다들 아실테고.

물론 젊고 패기넘치며, 끈질기게 불타오르는 예술가분들을 허튼소리로 매도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훌륭하신 분들이에요. 뭔가를, 꾸준히 쉬지않고 하시는 모든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구요. 답답한 마음이던 창조적인 마음이던, 굿잡이던 뻘짓이던, 그들의 작업과 존재로 세상에 뭔가 남겨보려고 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꾸며보려고 노력하고, 꿈을 꾸고 실현하는 분들은 모두 위인이에요. 두눈님도 위인.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늘 주위사람들에게 활력소를 주잖아요. 아 저사람들은 뭐가 저리 꼴려서 저주받은 불나방같은 삶을 살아가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전 올해부터 학교를 더 다니고 있답니다. 서울예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인데요.

정말 저주받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왜 다들 타죽을걸 알면서 불속으로 뛰어들려고 하죠? 젊어서? 아니,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있었는데. 음. 시간이 많은 사람들도 아닌데 왜 저렇게 뭔가 만들고, 뭔가 그리고, 뭔가 춤추고, 뭔가 노래하고, 뭔가 부수고, 뭔가 찍고, 뭔가 연주하지 않으면 않되는 걸까요?

제 결론이라면 예술가들은, 안그러면 못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뭔가 절정을 맛본 사람들이거든요.
늘 그들에게 물어봅니다. 너 재밌냐 즐겁냐. 열이면 열 즐겁다고 하더군요.
재미와 즐거움은 어떻게 구분하냐구요? 반댓말로 구분합니다.
재미있다의 반대말은 재미없다 죠? 재미없으면 안하면 되요.
하지만 즐겁다의 반댓말은 괴롭다인데요. 예술가들은 괴로워도 그걸 계속 하게되요. 왜냐면 즐거운 순간과 시간들을 못잊거든요. 창조던 카피던 뭔가 만들고, 뭔가 해내고, 그립던, 아름답던, 추하던, 비위상하던 아련하던, 죽고싶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뭔가를 이룬 쾌감. 그로인해 뭔가 세상을 바꾼 순간, 그것을 통해 소수던 다수던 누군가과 소통하고 깨닳은 말로 형용 못하는 어떤것. 요게 절정.

노는거 재미있다고 하지 즐겁다고 하지 않잖아요. 노는거 금방 질려요. 그래서 놀아버릇하게된 사람들은 나중엔 안놀고 방황하게 되더군요. 음. 뭐 다 그렇진 않지만 말이죠. 그럼 뭘보고 즐겁다고 하는건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앞서 말한 재미와 즐거움을 다시 곱씹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재미 없으면 안하면 되는거구요. 즐거운건 끝도없이 계속 하게됩니다. 계속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죠. 계속 깊게 파고들게 되고, 계속 넓게 바라보게 되고, 계속 알아가고 배워가고 깨닳게되는게 바로 즐거움의 본질인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그게 뭘까요?

바로 공부에요. 뭘 공부하던 사람은 즐겁게 되어있어요. 뇌가 그걸 즐기거든요. 본능이 그런거에요.
도올선생 말하기를 쿵푸, 가 공부라더라구요. 뇌뿐만이 아니라 몸도 공부하는건가?  뭐 그 비슷한거 같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옛날 중국 사람들은 참 뭔가 현명하고 뭔가 잔인하고 뭔가 크고 웅장하고 멋진 문화를 가진 사람들인데, 근대에 와서 정치가 다 버려놨어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말이죠. 또 딴소리했네. 아무튼, 뭐 남들이 시키거나 남들때문에 하는  수능공부 말고, 꼭 토익공부 말고, 꼭 수식공부나 프로그래밍공부 말고, 좀 뭐든 배우고 공부하는거요. 뭔가 해보고 싶은거 말이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싶어, 배우고싶어 안달이 나있답니다. 그래서 시장엔 여러가지 가볍게 배울것들을 학원이라는 곳에서 팔고 있는데요. 궂이 그런것들을 '취미'라는 이름으로 한정을 짓더라구요. 사실 그 '취미'라는 단어가 사람을 얼마나 얽매는지 몰라요. 뭐가 취미란 말입니까!!! 그냥 즐거우면 다 예술되는거에요.

음. 또, 한가해지고 사유가 깊은 사회일수록 모든것이 예술이 됩니다. 어느나라엔 택시운전사도 철학가잖아요. 평생 써먹지도 않을 수학공식을 대학시험에 내놓는 나라와, 삶의 고찰과 시대의 통찰을 대학시험에 내놓는 사회는 분명 틀린 사회입니다. 아. 물론 위의 몇줄은 특정 국가들에 대한 사대주의가 있는건 아니구요. 사실 예술이란 단어, art라는 단어 자체도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는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문화는 엄연히 '풍류'라는 멋진 단어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풍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날 선선할때 하구요. 오늘은 사실 열대야에 잠이 안와서 이런 글을 쓰는겁니다. 이런밤은 지루하고 한가하거든요.

암튼 다시 학교 다니고, 젊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저도 배우고 느끼는게 많은거 같습니다. 딱히 뭔가 변한건 못느끼지만. 음. 젊은 작가들이 다 예술가가 될순 없겠지요? 분명 누군가는 장사할거구요, 누군가는 생계를 위한 외주일을 할거구요.

하지만 그렇게 쉼없이 늙어가는 누군가는 예술가가 될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뤄놓은 무엇인가를 보고 우리는 쉽게 그런 말들을 하잖아요.

'야 저거 정말 예술이다.'
네. 제 생각엔 그게 예술이에요.

끝! 흐흐흐, 우리 모두 즐겁게 살아요. 재미로 살지 말구요.
  • 줄리아 2010.07.20 03:16
    공감되는 글 잘 읽었어요. 삶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게 되겠죠.
    좀 더 자신을 갖고 내자신의 소망을 향해 천천히 앞으로 정진하는 날인데 열심히 살자 라고 되뇌이게 되는 날이라는.
  • 두눈 2010.07.20 03:16
    긴글 잘 읽었어요. 민규님의 삶을 엿볼수 있군요^^
    예술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있고. 예술과 예술가는 차이가 있겠네요.
    마지막에 한문장이 핵심이군요. 예술활동이 즐거운 것이죠.
    재미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하는 두눈이고 ㅋㅋ

  1. 삶의 가치관 공유 참여 안내

    Date2020.03.13 Bydunun Views26
    read more
  2. 내 삶의 가치관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마무리하자'

    Date2015.09.08 By꿈바람 Views1259
    Read More
  3. 나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바로 서는 것’

    Date2013.04.25 By희망정류소 Views1688
    Read More
  4.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체와 함께 하자.

    Date2012.03.05 By봄비 Views3500
    Read More
  5.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속에 행복이 있다.

    Date2012.03.02 By티벳 Views3426
    Read More
  6. 조운호의 세계관과 기업가 정신

    Date2012.02.27 By조운호 Views3461
    Read More
  7. [♣]쑥쑥이의 가치관

    Date2012.01.05 By쑥쑥이 Views4296
    Read More
  8. 저도 공유해 봅니다.

    Date2011.08.23 By시나브로 Views2772
    Read More
  9. 안녕하세요 이영근입니다.

    Date2011.08.15 ByYKLEE Views2983
    Read More
  10. 행복 하나

    Date2011.07.22 By냠냠♥ Views2744
    Read More
  11. 과정중입니다.

    Date2011.01.01 By문숙영 Views3555
    Read More
  12. 내 마음이 내 삶이다..

    Date2010.10.01 By和眞宜正 Views4297
    Read More
  13.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행복하기를..

    Date2010.09.24 By이성환 Views4510
    Read More
  14.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Date2010.09.23 By아사남 Views4534
    Read More
  15. 부끄럽지만.. 내 삶의 가치관.

    Date2010.09.23 Bycamino Views9751
    Read More
  16. 왜? 아니, 기왕이면!

    Date2010.08.31 By Views4300
    Read More
  17. 그릇의 크기가 딱풀뚜껑만한 사람의 가치관

    Date2010.08.26 By신민 Views5190
    Read More
  18. 삶의 가치관

    Date2010.08.24 Byraii Views5813
    Read More
  19. 어찌됐건 삶의 가치관.

    Date2010.07.20 By나민규 Views4596
    Read More
  20. 삶은, 파괴입니다.

    Date2010.07.14 By파닭 Views4406
    Read More
  21. 전우주의 친구들

    Date2010.07.13 By홍학순 Views470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위로